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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글로벌 공급망 공식의 격변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1-12-06 15:57
조회
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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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100여년을 거슬러 올라가 1908년 10월 1일. 자동차왕 헨리 포드가 포드자동차의 20번째 모델인 Model-T를 시장에 출시했다. 부품의 표준화와 노동의 분업화를 통해 구현해 낸 컨베이어벨트 대량생산방식은 자동차 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췄다. 대당 생산원가는 출시 당시 미화 825달러에서(현재가치 2만 3763달러) 1925년 260달러까지(3.837달러) 6분의 1로 하락했다. Model-T는 1909년 1만 666대 생산에서 시작해 1927년 5월 26일까지 누적 1468만 9528대를 판매하는 기적을 만들어냈다. 헨리 포드는 자동차의 대중화라는 꿈을 이룩했고, 그의 포디즘(Fordism)은 전세계 모든 제조업의 표준이 되었다.


포디즘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것은 토요다자동차의 린(Lean) 생산방식이다. 린 생산방식은 생산시스템에 묻어있는 모든 낭비요소를 제거하는 것을 핵심가치로 한다. 생산시스템에 필요한 재고를 최소한으로 유지함으로써 낭비적 요인을 제거한 것이다. 생산 수요에 맞춰 적시에 필요한 만큼만 부품을 공급받는다. 이런 적시 생산방식이 JIT(Just In Time) 생산방식이다. JIT 생산방식은 특히 다품종 소량생산에 강점을 발휘하는 방식으로 소품종 대량생산에 비하여 다양화되어가는 소비자의 니즈를 맞추는데 더 유리하다. 린 경영과 이를 구현하는 JIT 생산방식으로 토요다자동차는 세계 제1의 자동차회사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자동차 한 대를 생산하기 위해 들어가는 부품은 엔진, 변속기부터 나사못까지 수만 개에 달한다. 엔진이나 변속기처럼 가격도 비쌀뿐더러 첨단기술 및 첨단소재가 필요한 중요한 부품도 있는 반면, 와이어 하네스나 차량용 반도체처럼 수급 여건이나 가격 측면에서 중요하지 않은 부품들도 많다. 특히 와이어 하네스나 차량용 반도체는 평소에는 별로 신경도 쓰지 않는 부품이었다. 적어도 코로나19라는 괴물이 우리를 습격하기까지는 그랬다.

코로나19는 부품 표준화, 노동 분업화, 글로벌 서플라이 체인에 터잡아 활동하던 자동차산업에 직격탄을 날렸다. 평소에는 쳐다보지도 않던 와이어 하네스가 갑자기 중요해졌고, 저가의 차량용 반도체가 모자라서 조립 라인이 멈춰서는 사태가 발생했다. 요소수 부족 사태도 마찬가지다. Just In Time(JIT)이 Just In Case(JIC)로 바뀌는 순간이다. 지난 40여년간 경영의 예술이라고 불리던 JIT 방식의 공급망 관리체제가 이제는 가장 위험한 요소가 되어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비단 자동차산업만이 아니라 보건당국이나 주식시장 등을 포함한 국가 시스템 전체가 JIC의 공포에 빠져있다.
코로나19와 같은 블랙 스완은 계속 발생할 것이다. 그뿐이랴. 다음 블랙 스완은 언제, 어떤 모습으로 그리고 얼마의 파괴력으로 우리를 습격할 것인지 가늠조차 하기 어렵다. 현시점에 JIC를 상정하고 대비책을 만들어 놓는 것이 가당치도 않은 일이다. 대비의 영역이 아니라 대응의 영역이다. 그때 그 순간에 어떤 지도력을 발휘하여 국가적 위기를 슬기롭게 넘어갈 수 있을 것인가. 다음 세대와 다음 지도자가 우리보다 지혜로울 것을 믿어야하지 않을까. 제20대 대통령선거를 100여 일 앞둔 이 시점에 갑자기 드는 생각이다.

 

이계안 2.1지속가능재단설립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