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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안 칼럼] 고 이건희 회장의 미술품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1-05-12 16:56
조회
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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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는 기업가 이름을 딴 대학교나 재단 같은 공익기관이 많다. 밸더빌트대학, 카네기재단, 록펠러재단 등 이름만 들어도 누가 설립했는지 알만하다. 이들은 미국의 산업혁명기에 거대한 산업을 일으켜 미국의 국력을 크게 일으키고 또 국민들의 생활 수준을 대폭 향상시킨 공헌을 한 사람들이다. 그러나 이들이 후세 미국인들로부터 더 높게 평가 받는 것은 재산의 사회환원이라는 미국의 전통을 세웠기 때문이다. 이들이 세운 뜻을 이어받아 빌 게이츠 등 내로라하는 기업인들이 그들이 이룩한 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아름다운 모습이 전통으로 계속 이어지고 있다.

우리들이 이름을 알지 못하는 사회환원도 있다. 다른 기업가들과는 다르게 굳이 자신을 내세우지도 않고 막대한 부를 사회에 환원한 기업가로는 앤드류 멜런을 빼놓을 수 없다. 앤드류 멜런(Andrew W. Mellon)은 미국의 은행가, 기업가, 예술품 수집가, 정치인, 외교관이다. 그를 부르는 타이틀은 이같이 다양하고 또 화려하다.

비즈니스 영역에서 그는 아버지와 함께 멜런은행을 키웠고, 여기에서 그의 부를 이뤘다. 지금의 가치로 환산하면 50조 원에 달하는 재산가가 된 바탕이다. 정치인 또는 외교관으로서 멜런은 1921년 미국 제29대 대통령 하딩에 의해 재무부장관으로 임명된 이래, 1932년 제32대 대통령 루즈벨트에 의해 주영 미대사로 임명되기까지 12년간 4명의 대통령 하에서 재무부장관으로 일했다.

그런 다양하고 화려한 그의 타이틀 중 오늘은 예술품 수집가로서의 멜런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다. 그는 라파엘로의 ‘알바공의 마돈나’를 비롯하여 레오나르도 다 빈치, 엘 그레코, 르누아르 등 시대를 뛰어넘어 가치를 따질 수 없는 숱한 예술품을 수집했다. 1936년 멜런은 그가 수집한 예술품 전부를 국가에 헌납하겠다고 제안한다. 그 예술품을 소장할 미술관도 함께 지어서 헌납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워싱턴국립미술관(National Gallery of Art)이다. 워싱턴국립미술관은 국립이라는 타이틀을 붙이고, 미국인뿐만 아니라 전세계 모든 관광객들이 무료로 관람한다.

고 이건희 회장의 사후에 유족들이 개인 소장품 23,000여점의 막대한 예술품을 국가를 위해 헌납했다. 이번에 사회환원된 예술품의 가치에대해서 말들이 많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그런 물질적 가치로서의 의미보다도 국보 216호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 보물 1393호 단원 김홍도의 ‘추성부도’, 보물 2015호 ‘천수관음 보살도’ 등 대체 불가능한 국가의 보물들이라는 점이 더욱 소중하다.

고 이건희 회장이 아니었으면 그 누군가의 손에 들어가 일본으로, 프랑스로 또 미국으로 넘어갔을지도 모를 일이다. 안견의 ‘몽유도원도’와 같은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이 다른 나라의 박물관에 버젓이 전시되어 있고, 프랑스로부터 간신히 돌려받은 ‘직지’도 영구임대일뿐 우리의 소유가 아니다. 필자는 예술품의 사회환원을 결정한 유족들의 커다란 뜻도 감사하지만, 그보다도 우리 예술품을 지켜낸 고 이건희 회장의 노력에 더욱 고개가 숙여진다.

물론 고이건희 회장이 모은 예술품은 여러모로 멜런의 것과 다르고 나라에 헌납하는 동기 또한 같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치를 따질 수 없는 많은 국가의 보물들이 그의 노력에 의해서 해외로 유실되지 않고 국가에 환원된 것이다. 그것도 ‘이건희’ 이름 석자는 어디에도 없고, 아무런 조건 없이 국가와 지역사회의 재산이 된 것이다.

필자는 이쯤해서 한가지 제안을 하고 싶다. 대통령이 나서서 고이건희회장 뮤지움을 나라가 짓자고 할 것이 아니라, 유족들이 그리고 삼성그룹이 제2의 국립미술관을 지어서 예술품과 함께 국가에 헌납하도록 하면 더 말할 수 없이 멋있는 일이 될 것이다. 후배 기업가들에게 귀감이 되는 새로운 전통을 세우는 일이기도 하다. 그리고 국민과 국가는 그 크고 거룩한 뜻에 틀림없이 감사의 마음을 표할 것이라고 믿는다.

이계안 2.1지속가능재단 설립자

출처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http://www.joongb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