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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주권과 검증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1-07-23 17:04
조회
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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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 빛나는 1인자의 뒤에는 항상 음지에서 그를 빛나게 해주는 숨은 2인자가 있다. 1인자의 성공에 결정적인 기여를 하지만, 공식적으로 얼굴을 드러내지는 않는다. 자신은 모든 궂은 일을 하면서 1인자의 옷깃에 먼지 한 점 묻지 않게 한다.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 우리는 이런 사람들을 ‘오른팔’이라고 부른다. 영어로는 first friends(첫 번째 친구)다. 오른팔들의 모든 관심은 자신이 헌신하는 1인자의 영광(glory)에 초점이 맞춰진다. 1인자를 1인자로 만들고, 가장 성공한 1인자로 역사에 남게 만드는 것이 그들의 목표다.

 

개리 긴스버그는 그의 첫 작품이자 최신작인 ‘첫 번째 친구들(First Friends)’에서 미국 대통령들의 오른팔에 대해 이야기한다. 링컨과 조슈아 스피드, 트루먼과 에디 제이콥슨, 루스벨트와 데이지 서클리, 케네디와 옴스비-고어에 대해 논한다. 그 자신이 클린턴 행정부의 핵심인사로서 클린턴과 버논 조던의 이야기를 한다.

이제 곧 커다란 선거판이 벌어진다. 2022년 3월에는 대통령 선거가 있고, 곧이어 6월에는 지방선거도 기다린다.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벌써 대통령 후보경선이 진행 중이고, 제1야당인 국민의힘 당도 10여명의 후보자가 나섰다. 여기에 더해 무소속이면서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 자리를 다투는 후보까지. 다음 대통령이 되겠다는 이들이 주권자인 국민의 마음을 얻기 위해 벌이는 경쟁이 한여름 밤 불꽃놀이처럼 화려하고 치열하다.
대통령으로서의 비전과 정책은 차치하고라도, 후보자 자질 검증이 한창이다. 수신제가 치국평천하(修身濟家 治國平天下)를 들먹거리지 않더라도, 본인의 능력과 자질을 검증해야 한다는 주장에서부터, 아내, 가족 더 나아가 장모까지 검증해야 한다는 주장과 “새로운 연좌제”를 하자는 것이냐는 반론까지. 검증을 하는 것이 아니라 검증 논란으로 시끌벅적하다.

개리 긴즈버그에 의하면 우리는 선거에서 대통령만 뽑는 것이 아니라 그의 ‘첫 번째 친구’까지 뽑는다. 미국의 대통령들이 어떤 일이든 믿고 의지했던, 그래서 국민이 뽑아준 사람도 아니면서 국가의 일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대통령의 첫 번째 친구’도 함께 뽑는 것이다.

대통령의 첫번째 친구들은 오직 대통령의 성공만을 위해서 봉사한다. 문제는 대통령의 성공이 반드시 국가의 성공과 등치된다고 할 수 없다는 데에 있다. 또한 그 친구들이 자신의 사적 이익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대통령의 아내나 자식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첫 번째 친구가 국가의 일에 부정적인 영향력을 끼친 것은 굳이 예를 들 필요조차 없이 차고 넘친다. 그들은 언제든지 ‘숨은 권력자’로 돌변할 수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는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민이 주권을 행사함에 있어서, 누구인지도 모르는 대통령의 첫 번째 친구까지는 몰라도, 대통령 주변의 친인척에 대한 검증은 주권자인 국민이 주권을 행사하는데 필요하고도 충분하게 이뤄져야 할 것이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선거에 진 것이 아니라 도둑 맞았다고 주장하는 식의 새빨간 거짓말(Big Lie)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이계안 2.1지속가능재단설립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