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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안 칼럼] 농민의 유전자와 유목민의 유전자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1-08-17 16:42
조회
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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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는 굶어 죽을지언정 오늘을 살기 위해 종자를 빻아 먹지 않는다. 극심한 봄가뭄으로 씨앗을 뿌리기조차 어려워도 그 땅을 버리고 떠나지도 않는다. 여름에는, 아니 내년 봄에는 괜찮을 것이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어느 해보다도 풍성하게 가을걷이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으며, 굶주린 배를 끌어안고, 참고 또 참으며, 그 어려운 봄을 견디며 때를 기다린다. 나는 이것을 농민의 유전자(DNA)라 부른다.

소, 양 등 가축을 놓아기르는 이는 지난해에는 그가 기르는 가축에게 기름진 먹이를 내주었던 풀밭이 봄가뭄으로 메마르면 잠시도 머뭇거리지 않고 그 풀밭을 버린다. 소, 양을 먹일 또 다른 푸른 풀밭을 찾아 그 땅을 버리고 떠난다. 그에게 그 풀밭이 여름이면 다시 싱싱하게 웃자란 풀을 마음껏 내 줄 것이라는 믿음이나 기대는 눈꼽만큼도 없다. 나는 이것을 유목민의 유전자(DNA)라 부른다.

농민의 유전자가 필요한 것은 제조업도 마찬가지다. 특히 수많은 부품을 조립생산하는, 그래서 규모의 경제가 가장 뚜렷하게 드러나는 자동차산업은 일단 공장을 지으면, 그 원인이 무엇이던 자동차가 잘 팔리지 않아서 곧 문을 닫을 지경이 되어도 곧바로 그 공장을 닫거나 버리지 않는다. 아니 할 수 없다.

주주는 물론 노동자, 채권자 등 모든 이해관계자는 허리띠를 졸라매고, 머리를 맞대 지혜를 모아서 살아남아 다시 봄날을 맞이할 수 있도록 마음과 뜻과 힘을 다해야한다. 원가구조를 개선하여 경쟁력을 높이는 것은 기본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 규제 등 지구온난화라는 인류가 당면한 최대의 문제를 극복하며 소비자의 니즈를 맞출 수 있는 전기자동차, 수소전기자동차 등 친환경차를 개발하고, 국내외 판매망과 애프터서비스망을 개선하여 자기 회복력을 되찾아야한다. 다시 봄날이 올 것을 믿으며,

쌍용자동차㈜의 새로운 주인 찾기에 9개 업체가 참여했다. 새로운 주주찾기에 9개라는 적지않은 업체가 도전장을 냈다는 소식에 적잖이 기뻤다. 드디어 위기의 쌍용차에 새로운 희망의 햇살이 비추는 것 같아 즐겁기 짝이 없다. 쌍용차는 그동안 생존을 위하여 필사의 노력을 경주해왔다. 노사가 합심하여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이제 생존 차원의 추자자본을 확충하기 위한 주주찾기 단계에 이르렀다.

필자는 법정관리 중이던 기아자동차㈜를 국제입찰을 통하여 인수한 경험과 전 현대자동차㈜ 대표이사로서의 경험 등을 이유로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등 정부당국자의 요청을 받아 쌍용차 회생 작업에 참여하여 활동해왔다. 필자가 살펴본 바로 쌍용자동차의 새로운 주인이 되기 위한 자격은 그 무엇보다도 농민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기업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회사의 근본적인 경쟁력을 키우고 이를 통하여 지속가능기업으로 만들어줄 이가 되어야 한다. 자동차제조업체로서의 수십년간 쌓아온 기술력과 브랜드를 활용하여 새로운 미래차 기업으로 발돋움하게 하려는 마음가짐이다.

기업들은 다양한 목적으로 M&A에 참여한다. 그중에서도 벌처펀드처럼 유목민의 유전자를 유감없이 드러내는 기업들이 있다. 기업의 본원 경쟁력보다는 보유 우량자산에 더 눈독을 들이는 경우가 허다하다. 회사의 우량자산을 활용하여 쌍용차를 정상화시킬 수 있다면 그것이 꼭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것을 지렛대삼아 인수금융을 일으킨다던지 하는 것은 회사의 미래에는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쌍용차는 당장의 회사 정상화를 위한 자금도 적잖이 들지만, 전기.수소차 또 자율주행시스켐 등 미래에 대한 막대한 투자가 들어가야하기 때문이다.

이번 쌍용차 주인찾기에서 부디 능력있는 새로운 주인이 인수에 성공하기를 바란다. 그래서 하루 빨리 쌍용차를 말할 때 빠지지 않던 단어 "위기"가 "희망"으로 바뀌기를 소망한다.그 소망에 더하여 그 새로운 주인이 유목민이 아니라 농민의 유전자로 가득찬 이였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는 말을 사족 같이 붙여본다.

굿럭 투 쌍용!

이계안 2.1지속가능재단 설립자

출처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http://www.joongb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