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사업

재단법인 2.1지속가능재단은 꾸준히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계안칼럼]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1-10-01 17:41
조회
56

Z

경제시사용어로 ‘블랙 스완(Black Swan)’과 ‘회색 코뿔소(Grey Rhino)’라는 것이 있다. 블랙 스완은 예상치 못한 위기가 갑작스럽게 닥치는 경우를 말한다. 2020년부터 전 세계를 휩쓴 COVID19 팬데믹이 대표적인 경우다. 2019년말 중국 후베이(湖北)성의 성도 우한(武汉)에서 시작되었을 때만 해도 그리 심각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중국에서 끝나고 말 것이라고 봤던 것이 곧 전 세계를 전염시키고, 다른 바이러스들보다 엄청난 전염력과 살상력이 확인되면서 2020년초에는 세계를 멈춰 세웠다. 경제는 얼어붙었고, 금융시장은 파랗게 질렸다. 세계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은 상호공조 하에 곧바로 강력한 긴급처방을 내놨다. 보건당국은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위한 신속한 조치에 들어갔고. 이제 코비드19 팬데믹은 백신의 보급과 함께 종결될 것이고, 전 세계는 ‘위드 코로나(With Corona)’의 생활로 되돌아가게 될 것이다.

회색 코뿔소는 블랙 스완과는 좀 다른 개념이다. 위기는 저만큼 눈앞에 닥쳐있고, 우리 모두가 그것이 위기임을 그리고 곧 우리에게 재앙을 몰고 올 것을 안다. 하지만 아무도 여기에 대처하여 위기를 막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아직은 괜찮아, 아직은 버틸만 해’라고 스스로를 기만하면서 "우물쭈물" 거리는 사이 세계는 재앙 속으로 빠져 들어간다. 출산율 저하가 우리에게는 회색 코뿔소로 다가 오고 있다.

272,300명. 지난달 25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촐생 통계>에 집계된 2020년 한 해 동안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아이의 숫자이다. 15세부터 49세까지 임신가능한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아이의 수, 즉 합계출산율은 0.84명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한 나라의 인구가 현상유지 하는데 필요한 합계출산율 2.1명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숫자다. 우리나라는 2019년에 이어 2020년에도 세계 198개 유엔인구기금 가입국 중 198위, 다시 말해 ‘꼴찌’를 기록했다.

이렇게 떨어진 합계출산율은 대한민국에 ‘퍼펙트 스톰’과 같은 위기를 불러오고 있다. 인구 감소가 가져올 경제, 국방, 교육, 보건 등등 전 분야에 걸친 절체절명의 위기를 굳이 따질 것도 없이, 대한민국 자체가 한반도에서 노병처럼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이제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170여일을 앞두고 있다. 숱한 정치인들이 자기야 말로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을 되살릴, 0.84명까지 떨어진 합계출산율을 다시 2.1명으로 끌어올릴 준비가 된 자라며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무엇인가 외친다. 그러나 필자가 과문한 탓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들이 쏟아내는 합계출산율 제고 정책이라는 것이 ‘돈 이야기’를 넘어선 것은 보이지 않는다. 다자녀 가정에 대한 공영임대주택 우선입주권, 셋째 아이 대학등록금 무료, 아동수당 인상 등 ‘아이를 많이 낳으면  돈을 좀 더 준다’는 식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수백조원의 예산을 퍼붓고도 합계출산율이 이 지경에 이른 현재 돈에만 의존한 출산율 제고 정책은 완전히 실패했다고 밖에 달리 평가할 수 없다.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여성들이 ‘아이를 낳아 기르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할 정책이 ‘돈  없이 될 일’은 결코 아니지만, 그렇다고 ‘돈 만으로 될 일’ 또한 아니라는 것을 깨우치는 것이 지금 ‘노병처럼 사라지는 우리나라’를 구할 수 있는 정책의 시작이리라.

합계출산율 2.1명이 무너진 1983년부터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1.17명까지 떨어진 2002년부터 현재까지 수백조원의 돈을 퍼부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되었다는 구차한 변명은 집어치우고, 이제부터라도 제20대 대통령은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것이 즐겁고 아름다운 일이 될 수 있도록 제대로 된 정책을 세우고 펼칠 수 있는 이를 대통령으로 뽑을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해본다.

회색 코뿔소가 코앞에까지 닥쳐와 있는 것을 보면서도 ‘우물쭈물 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는 버나드 쇼(George Bernard Shaw)의 묘비명을 되뇌며 후회하지 않도록.

이계안 2.1 지속가능재단 설립자

출처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http://www.joongb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