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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안칼럼] 또 하나의 ‘고도’가 아니기를...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1-10-29 10:42
조회
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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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이라고는 본적이 없는 내가 사무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를 본 것은 대학 1학년 때 첫 미팅에서 만난 문학도 여자 친구의 손에 이끌려서다. 이제야 사실을 고백하면, 그렇게 보기는 했으나 도대체 무슨 이야기인지는 이해하지 못했었다. 그때만 그런 것이 아니라 꽤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에 와서 이런 저런 자료를 찾아가며 다시 생각해봐도 이해하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평론가들이 "기다림은 기다림일 뿐"이라는 부조리극의 대표작이라는 평을 읽으며 멋쩍게 ‘아 그런 것이었어?’할 뿐이다.

제21대 대통령 선거가 이제 4개월 여 앞으로 다가왔다. 숫자로 집단의 의사를 결정하는 일인 선거, 그중에서도 명실공히 정치와 권력의 정점에 있는 대통령을 뽑는 선거를 코앞에 닥쳐서 그 선거를 기다리는 마음은 그동안 치룬 그 어느 대통령 선거와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기대하는 바가 크다.

코비드19(Covid-19)와 기후변화(Climate Change)로 대표되는 인류 전체가 맞고 있는 위기야 대한민국이라고 별 뾰족한 수가 있을까. 여러나라가 공동으로 힘을 합해서 대응해도 될까말까한 일을, 대한민국 혼자서 해결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 자체가 애시 당초 무리라 치부해도 될 것이다. 하지만 작년의 합계출산율 0.84명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의 합계출산율이 상징적으로 보여주는바 우리 대한민국은 기다릴 미래조차 없어 보이는 그런 위기에 직면해 있다. 아이를 낳아 기르기를 포기한 나라, 코비드가 창궐하여 경제가 멈춰선 나라, 기후변화로 인하여 폭염과 폭한이 반복되는 나라, 대한민국을 구할 지도자를 뽑는 제21대 대통령 선거는 그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는 표현이 더할 나위 없이 적확한 표현이다.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을 구할 대통령 후보로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기초단체인 성남시장을 거쳐 경기도의 지사로 지방정부 행정의 책임자로 일한 경험이 전부인 이재명 지사를 뽑았다. 국회의원, 장관 등 나라의 법을 제정하거나 예산을 짜고 집행하는 국가 단위의 정치나 행정을 담당한 경험이라고는 전무하다. 가장 큰 광역단체 경기도 지사직을 수행했다고 하지만, 광역단체는 국가 단위에는 미치지 못한다.

아주 드물게나마 대한민국을 걱정하는 이들이 혹시나 하며 그래도 명색이 전 국회의원인 내게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지사를 당의 대통령후보로 뽑은 것에 대해 평을 하라고 보채곤 한다. 이에 대한 내 대답으로 적어도 지금까지는 ‘동물기’를 쓴 작가의 말을 빌어 ‘익숙은 인간으로부터 창의성을 빼앗아간다’는 것으로 대신하려고 한다.

소세지를 만드는 것에 비유될 만큼 볼 것이 못 된다는 입법 활동, 쪽지로 나라 살림을 흔들어 대는 예산 활동도 그렇거니와, 행정부에 속하는 국가 정책의 최고 심의기구인 국무회의 위원으로서 나라의 살림살이를 살피고 집행한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부처이기주의에만 골몰하는 장관의 ‘익숙’한 경험들은 일상적인 상황에서 국가를 관리하는 데에는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작금의 상황은 코비드-19, 기후변화, 초저출산율 등 절체절명의 위기라고 할 수 있다. 익숙함에 빠진 나태로는 해결할 수 없는 일들이다. 그리고 이런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을 구하는데 꼭 필요한 대통령 리더십의 선결조건은 바로 창의성이다.

간절히 소망한다. 이미 지나간 날, 국회의원을 했네, 장관을 했네 그래서 무엇무엇을 했다는 이야기는 중요하지 않다. 앞으로 닥쳐올 대한민국 앞에 놓인 중대한 도전에 대통령으로서 어떻게 창의적인 리더십을 발휘하여 헤쳐 나아갈 것인지를 말하는 이재명 후보이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그리하여 21대 대통령 선거는 또 하나의 ‘고도’를 뽑는 그런 선거가 아니기를 간절히 소망해본다. 부디 창의적 리더십을 갖춘 분이 대통령이 되어 우리의 기다림이 기다림으로 끝나지않게 되기를.

이계안 2.1지속가능재단 설립자

출처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http://www.joongb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