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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안칼럼] 검은연기 없는 경제발전-중부일보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0-05-29 14:41
조회
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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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업생산의 검은연기가 대기속에 뻗어나가는 그날엔 국가민족의 희망과 발전이 눈앞에 도래하였음을 알 수 있는 것입니다.”

1962년 2월 3일에 있었던 ‘울산공업센터 기공식 치사문’의 한 구절이다. 1인당 GNP가 90달러에 불과했던 당시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석탄, 석유 등 화석연료를 에너지원으로 하는 공업생산의 매캐한 검은연기가 숨을 턱턱 막히게 하는 환경오염원으로서가 아니라 “사천년 빈곤의 역사를 씻고 민족숙원의 부귀를 마련”해줄 달콤한 향수 냄새로 다가왔을 것이다.

그로부터 57년이 지난 지금 우리나라는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했다. 1인당 GDP는 3만 달러를 넘어섰고,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로 새롭게 자리매김도 했다. “루르의 기적을 초월”한 한강의 기적을 이루어냈고, 꿈에 그리던 선진국으로 발돋움한 것이다.

그러나 이제 그 검은연기는 국가민족의 희망과 발전이 아니라 위협과 재앙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더 나아가 인류 전체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기후온난화의 주범이기도 하다. 공업생산의 검은연기가 그 시대의 명제였다면, 지금은 그 검은연기를 극복해내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새로운 명제가 된 것이다.

2015년 12월 12일 파리에서 개최된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은 2020년 이후의 새로운 기후변화 체제인 ‘파리협정’을 채택했다. 주된 골자는 지구 평균기온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2℃ 이하로 유지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2015년 6월에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BAU(Business As Usual) 대비 37%를 줄이겠다는 내용의 자발적 감축목표를 제출했다. 이와 같은 목표는 상당히 공격적인 것으로 당시 국제사회의 칭송을 받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문제는 어떻게 달성할 것이냐이다. 이 정도의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화석연료의 효율을 높이고 사용량을 줄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온실가스 배출이 없는 새로운 에너지원을 찾아서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것만이 유일무이한 대안이다. 화석연료를 대체할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원은 현재로서는 수소가 유일하다. 원자력은 온실가스 배출은 없지만 방사성 폐기물이나 혹시라도 알 수 없는 원전사고의 우려가 상존한다.

수소는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는 에너지원이다. 화석 연료나 원자력 연료와는 달리 지구 어디에나 존재하며 소진되지도 않는 무궁무진한 에너지원이다. 그런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선결 조건이 있다. 첫째, 생산, 저장, 운송의 기술이 있어야 한다. 둘째, 경제적이어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화석연료를 바탕으로 하는 기존의 에너지 체제( energy regime)를 뛰어넘을 수 있는 새로운 에너지 체제를 만들어 낼 수 있어야한다. 즉 수소가 새로운 에너지원으로서 보편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기술적 타당성과 함께 경제적 타당성을 갖춰야한다. 그리고 이에 더하여 정치적 타당성도 확보해야만 한다.

수소경제는 단순히 환경 보호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그동안 세계 경제가 화석연료나 전기를 에너지원으로 수백년간 산업혁명을 지속해왔다면, 이제는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하는 새로운 경제발전 모델이 시작된 것이다. 향후 최소 100년 또는 그 이상을 수소가 세계 경제를 이끌어 갈 것이다. 이와 같은 새로운 패러다임 등장에 발맞추어 주요 선진국들은 수소경제의 선도자 위치를 선점하기 위해 각축을 벌이고 있다. 우리나라도 그 동안 추격자의 신세를 떨쳐버리고 선도자로서 우뚝 설 수 있는 기회가 왔다. 수백년에 한번 올까말까 한 기회이고, 우리의 사천년 빈곤 역사에서는 처음 맞이하는 기회이기도 하다.

지난달 18일 경기도는 ‘수소에너지 전환을 통한 C02/미세먼지 Free zone’이라는 비전하에 ‘경기도 수소에너지 생태계 구축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20세기에 대한민국이 검은연기를 경제발전의 원동력으로 삼았다면, 새로운 21세기에는 수소경제가 새로운 경제발전의 원동력이 되어야 함은 이미 자명한 일이다. 이는 또한 우리 민족만이 아니라 전인류의 공통된 소명이기도 하다.

‘검은연기 없는 경제발전’에 대한 경기도의 원대한 구상을 높게 평가한다. 부디 경기도의 사업이 차질없이 진행되어 대한민국이 수소경제로 전세계를 선도하는 국가로 발돋움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이계안 2.1지속가능재단 설립자

출처 : 중부일보(http://www.joongboo.com)